목요일, 11월 20, 2008

첫눈.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개었다. 감쪽같은 거짓말을 보았노라 여기저기 떠벌려도 도무지 드러날 틈새가 없어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여전히 바닥에는 축축한 자욱들이 남아있지만, 그조차도 뒤늦게 드리운 햇살의 강력한 침범에 서서히 달아날 채비를 하는 모양새다.

눈이 내리지 않는 동네에서 살았다. 1년에 한 번쯤, 싸락눈같은 눈이 1밀리미터 정도 내리면 온 동네 아이들이 동네로 쏟아져 나와 사위를 헛헛이 가린 가는 눈발에 기뻐하며 자동차 앞 유리에 성에처럼 들러붙은 시꺼먼 눈조각들을 그러모으는 것으로 눈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을 달래야 했다. 기억이 선명한데,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시점이 가려진 팩트와 감쪽같은 거짓말이 그렇게 차이가 있던가. 내 손에 회색 눈뭉치가 쥐어져 있었는지, 팔짱을 끼고 쌓이자 마자 녹아내리는 눈더미를 딛고 서서 꼬마애들의 모양새를 남인양 지켜보고 있었는지 - 그 모든 풍경들이 따갑게 가는 눈발에 쓸려 나가는 것만 같다. 혹은, 징그럽게 밝은 태양빛이 쪼여들어 기억들을 하얗게 지워내는 것도 같다.

서울에서 네 번째 겨울을 맞는다. 소회랄 것은 없지만, 말없이 속에 쌓인 것들은 차고 넘칠 것이다. 오래 산 집에서 쓸만한 것들을 골라 이사를 하듯, 켜켜이 누적된 사건들 속에서 당장의 한 발을 더 내딛기 위해 절실한 것들을 황급히 주워 담아 휘휘 털어 이것이 내 것이었노라고, 이게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라고 내놓는다. 간혹 반례가 들끓어 올라 내 현실에 뜨거운 물을 할딱할딱 튀길 때, 의 기시감같은 순간들이 있는 법이다. 서울에서 보낸 계절의 숫자를 헤아리면서 내가 입다무는, 혹은 이미 뱃속으로 꺼져버린 어떤 것들의 영양함량 따위를 기억해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던가, 하는 물음은 그래서 감쪽같은 거짓말에 대한 물음같다. 거짓말의 대상과 거짓말의 주체가 동일하므로, 진실을 답해줄 이는 스스로일 수 없다.

졸음이 햇살처럼 파고드는 오후이나, 이 오후도 곧 사위어 갈 것이다. 거짓말의 품 속으로 파고들면 조금은 체온이 덥혀질 듯도 싶다. 첫눈오는 날의 미덕이란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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