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2월 02, 2008

어떤 불시착.

한 철 장사를 끝낸 이처럼 무겁디 무거운 돈벌이를 그만두고 난 뒤 남은 것은, 기대와 역행하는 더 언로맨틱한 어둑함들이다. 그래도 대개의 저녁시간을 밝은 방 책상 앞에서 끊임없이 떠들다 성마른 목으로 버스와 지하철과 다시 버스를 갈아타며 낡은 방 빗물처럼 새는 졸음을 막느라 애쓰던 때가 조금은 더 사람사는 냄새가 났다. 물론 내가 기대하는 사람사는 냄새란 한껏 편협하고 상상적인 것이어서 그다지 신뢰할 만한 것은 못 되지만, 그렇다고 집을 나설 때와 돌아올 때 수상스레 달라져 있는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홀로 집으로 돌아오는 걸음도 무거웠던 것만은, 그 걸음을 정겹고 사람냄새 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종강을 앞두고 불필요한 멜랑콜리아에 푹 맨살을 담그게 되는 것도 같다. 종강의 종강, 이라기엔 끔찍한 겨울학기가 남아 있지만 어쨌거나 정식학기로서는 마지막이니 헛기침을 몇 번 해 줄 법도 하다. 부지런한 시골쥐처럼 빨빨거리며 서울바닥의 재미난 잔칫집들을 쏘다녔고, 가장 상차림이 훌륭했던 데 발을 붙이기로 한 결정에도 쾅쾅 하고 도장이 찍혔다. 대단찮은 일이라고 할 수야 없지만 또 별 일은 별 일인지라 한 마디씩의 격려와 조언의 귀동냥도 두둑이 받았다. 확신과 불안 사이의 변증이 닿은 곳이라면 어떤 선택이건 정당화가능한 것이었던 마냥, 욕심과 겸손도 둘 사이에서 끊임없는 메트로놈 바늘이 오가며 거리를 좁혀 무엇인가가 되려 하는 요즘이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몇 개의 자리들에 방석을 들고 훼방을 작심한 불청객마냥 엉덩이를 들이밀게 된다. 발에 본드칠을 한 것이 아닌 이상에야, 어디든 쏘다니는 것이 운이고 명이고 또 낙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불시착과 불시착과 불시착들, 그 거칠은 흔적들을 하나하나 주워가다 보면 어떤 경로들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강변북로를 달리는 차창 새로 들어오는 세찬 바람은 기이하게도 새콤달콤했고,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침묵의 가격을 계산했다. 대개의 관계는 돌이켜보면 그 시작을 떠올리기 힘들도록 서서히 진전되지만, 연애를 포함한 어떤 관계들은 불특정한 사건들과 계기들 속에서 불현듯 떠오르기도 하며, 우리는 그것들을 기회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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