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가 잦아졌다. 며칠새 9인치 스크린과 키보드에 시각과 촉각이 잔뜩 밀착되어 있었던 탓이다. 내 동공이 투과하는 세계가 이리 작아도 괜찮은가, 하고 생각한다. 며칠이고 신산한 소식만을 전하던 신문을 이제 그만 넣어달라 했다. 좁은 버스 좌석에서 몸을 이리저리 틀어 가며 신문을 펼쳐드는 꼴사나운 사내가 견딜 수 없어진 탓인지, 정치 면에서 사회 면으로 종잇장이 서걱이며 넘어갈 적의 까닭모를 울분과 눈가를 어룽거리던 물기가 흑석동 문턱에서 침몰하고야 말았던 것이 부끄러웠던 탓인지 잘 모르겠다. 뻑뻑히 마른 눈가에도 혹여 곰팡이가 슬까 싶어 제습기를 사 들인다. 이사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감추어 둔 물욕을 한껏 발휘하는 동안에도, 9인치 스크린 너머로 세계는 찰지고 역겨운 이야기들을 한 움큼씩 쏟아냈다. 어쩌면 나는 윤기흐르는 플라스틱 커피포트며 압력밥솥 따위들로 그 역한 내음들을 눈감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랐다.
오랜만에 손에 쥔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면, 나체로 무대를 활보하는 여자들과 십 초만에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이야기를 단박에 알 수 있게 하는 뻔하디 뻔한 주말 드라마의 시어머니와 제각각의 생존을 위해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과 치타, 그리고 저 동물들과 하등 다를 것 없이 서로의 허물과 외모를 힐난하며 편집되지 않을 것을 호소하는 예능인들이 24인치 상자 안에 어우러져 있었다. 이제 스물 다섯이 된 사내는 트랙터를 몰고 전국일주를 하며 제 나고 자란 고장을 알린다 했다. 요즘같은 시대에 저런 청년이 필요하지, 암, 하고 티비 앞에 앉은 다른 사내가 말한다. 젊은 사내는 시큰둥히 입을 내민 시골 꼬마들에게 희망하고 도전하면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는 말을 도끼를 내리찍듯 몇 차례고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트랙터에 태극기를 꽂은 말쑥한 청년은 곧 책을 낼 계획이라 했다.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 부옇게 남은 먼지들이 이 시대의 살아있는 윤리 교과서에 쓰인 꿈이니 희망이니 도전이니 하는 말들에 가난처럼 따라붙었다.
옥상에 올라 프랑스로부터 발신된 전화를 받는다. 어릴 적 몸을 밀어넣고 뜨뜻한 물을 채워넣었던 욕조가 비좁아진 것처럼,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옥상도 한 걸음, 한 뼘 거리가 된 것만 같아 자박자박 같은 자리를 맴을 돈다. 여기에 있건 저기에 있건 할 수 있는 일도, 할 수 있는 말도 없기가 매한가지였으므로 우리는 죄책감과 한숨과 위로를 제자리걸음을 하듯 나누는 것으로 고해를 바랐다. 배터리가 한 칸 남은 휴대전화를 붙든 손이 얼어 뻣뻣했고, 손을 녹이려 들어간 집 안에서는 찐 생선의 짭조름한 비린내가 봉쥬르, 하고 역력히 혐오스런 인사를 건넸다. 무엇을 혐오할 수 있을까, 혹은 무엇을 사랑할 수 있을까. 촘촘히 목을 조여오는 철거 중인 세계에 대한 원망을 눈깔에 총기를 잃고 포개진 가엾은 쪄진 생선 몇 마리에 쏟아부를 수 있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한들 나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여느 때보다 길었다. 터미널을 메운 이들은 어디에서 와서들 또 어디로 가는지, 그들이 짊어진 보따리마다 구겨넣어진 잘 살라, 건강하라, 혹은 부자되라는 탄식들은 어느 무덤으로 향하는지, 물을 새도 없이 바삐 걸음을 움직이면 일 년에 세 번 무덤이 되는 어둑어둑한 건물촌에 당도한다. 왠지 이런 기분을 다시 맛볼 기회가 또 오지 않을 것을 아는 것처럼, 쓴 입맛을 다시었다.
민우야 잘 지내닝? 나 쩡언! 이사는 무사히 다 했나보구나 집들이 진짜 진짜 가고싶었는데 ㅎㅎ 아이코 여긴 눈이 펑펑 와서 그런지 사연 친구들 보고싶다 :-)
답글삭제쩡언 / 아코, 거긴 눈이 짱 많이 오겠구나. 여긴 날씨가 좋았다 풀렸다 해. 이사는 얄궃게도 여전히 준비중.. 2월 중순쯤 프랑스에 간 님들이 오시면 집들이를 하게 될 듯! 그 때 원격연락이라도 취할까!? 건강히 지내는지 모르겠다. 히히.
답글삭제참, 최근 빅뱅의 [꽃보다 남자] 패러디 영상을 보았는데 필견이라! 미쿡에서도 찾아볼 것은 찾아보도록! 크크. 테익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