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팔로 고르지 않은 원을 그리며 걸레질을 한다. 먼지들이 시꺼멓게 묻어나듯, 무언가가, 과거의 것도 현재의 것도 아닌 무언가가 밀려나가고 바른 무늬의 장판만 남았다. 피로라기엔 좀 더 둔탁한 것이 머리를 꾹꾹 눌렀고, 나는 걸레질을 하던 손을 잠시 멈추고 사방의 옅은 라임색 벽지를 본다. 가구가 없는 방은 초라하고, 바닥을 바다처럼 메운 책들의 무덤은 기괴하다. 어떤 영화에서라면, 이 타이밍 쯤 인물은 미처 다 닦지 않은 바닥에 드러누워 잠이 들어야 한다. 허나 현실의, 마이너스 층의 바닥은 꽤 차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가 몸뚱아릴 구겨넣고 살아가는 성냥갑의 크기나 색깔, 질감 따위보다도 성냥을 거칠게 그어 곧 까끌까끌한 한숨을 한 모금 내뱉을 것이라는 잠정적인 미래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하고, 그런 하루, 그런 이틀이 지난다.
정확히 이사를 이틀 앞둔 날에는, 간질간질하다 기척도 없이 쑥 들어가 버리는 딸꾹질처럼 수상스런 처연함에 주위를 둘러보면 누구라도 폐허라는 단어를 연상할 만한 데 내가 있었다. 다음 날 종일을 쏟아 과거를 비웠다. 처음엔 하나하나 골라 쓰레기통에 담다, 어느새 복도끝으로 직행하는 그것들로부터 나는 나를, 내가 쏟은 집착과 에너지 따위들을 먼지 털듯 탈탈 털어냈다. 가치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판별하는 일은 그토록 흔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피난민의 그것 같은 짐꾸러미들의 우악스러움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오면, 얼룩덜룩한 매트리스와 누덕누덕한 벽지며 가운데가 패인 가엾은 책장까지 온통 쓸쓸함이 담뱃내처럼 스며 있었다.
고깝잖은 성미로 이사를 한답시고 수선을 떤 것은 참으로 남사스러운 일이라고 여겼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핑계가 그렇듯이, 2인 작업이 필요한 가구 조립에는 낯짝이 두꺼워야 했다. 고맙게도 한 달음에 달려온 그녀와 한참을 뚝딱거리고 나니, 설핏 사람사는 냄새가 끼치는 듯도 하다. 인근에 답지 않게 자리잡은 긴 시장통을 걸으며 무엇을 살까보다는 어떻게 살까를 고민했다. 먹고 사는 일이 이토록 중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의좋은 오뉘처럼 찌개에 숟갈을 밀어 넣으며, 우리는 각자 과거를 파헤치는 일을 나누어 가졌으나, 그럼에도 현재는 언제나 덮고 또 덮으며 지나가는 것임을 알았다. 그것이 훗날 스스로 혹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든 도굴될 것임을 빤히 안다고 해도, 덮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계절처럼 그저 오는 것임을 말이다. 어쩌면 꽤 많은 것들이 그러했다. 그것들을 다르게 만드는 것은 찬 세숫물을 낯짝에 끼얹을 때의 오기이거나 억세게 좋은 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값을 치르고 나선다. 이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