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3월 11, 2009

속수무책의.

독기처럼 무겁게 가라앉는 어떤 것이 먹잇감을 앞에 둔 양서류의 혓바닥처럼 날름거렸다. 습격이다. 나는 지독히도 낯을 가리는 아이였다. 나는 공기에 예민하다. 환대와 불신, 무심과 원망을 구분하는 가늘고 구불구불한 선은 언제고 선명하다. 나는 머리를 내어 준다. 덥썩, 안녕하십니까. 그 때부터 시간은 느리게 간다. 상층을 메우고 있던 가벼운 것들은 무엇이었을지. 짓눌려 일그러진 얼굴, 얼굴, 얼굴없는 팔짱, 목덜미, 비명이 촌스럽게 삐죽거렸다. 머리카락이 씹힌다. 아직인가요? 내가 묻는다. 푸르스름한 침으로 범벅이 된 그것은 느긋한 체를 하며 답이 없다. 나는 차라리 줄행랑을 칠 것을, 엉거주춤 그 자리에 섰던 것을 조금 후회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옷을 껴 입어도 발가벗겨진 기분인 탓이다. 외설은, 빗발처럼 들이치기 시작한 봄볕이 찬 데와 따순 데를 가르는 활기찬 캠퍼스가 아니라,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경계는 십칠 분의 시간만큼의 폭이다. 다리가 부들거린다. 음습한 침들이 서서히 스며든 까닭일까. 머리만이 투명하다. 총총총. 이봐요, 같이 가. 나는 낯을 가립니다. 하지만 그건 당신 몫이라는 듯 독기는 느슨한 자취만을 남긴 채 흐트러진다. 나는 투명한 낯을 주억거리며 걷는다. 볼품없는 몸뚱아리 따위야, 어느 강가에 던져버린 대도 개의치 않을 듯이. 십칠 분이다. 십칠 분만이 유효한 안달, 혹은 외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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