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3월 27, 2009

트래비스와 베이글.

학교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 딱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내 방에 있는 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큰 창으로 저물어가는 빛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나는 젖은 생쥐꼴로 잠시, 절벅거렸다. 오래 우려낸 티백을 문 것처럼 쓴 물이 혀끝으로 배어 나온다. 모르는 낯들은 보송보송한 채로 촉촉한 빛살을 만끽하는 듯했다. 와이 더즈 잇 올웨이즈 뤠인 온 미.. 치직, 하고 공간이 포개어 진다. 끊임없이 모호한 말들을 창처럼 던져대는 라디오 채널이 잠시 따스하다. 축축히 젖은 몸을 말린다. 3분 30초,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익숙한 것을 지독히 혐오하던 이가 다시 그것을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는 과정이야말로 젠장, 가학적인 것이다.

바람이 유난히 많이 부는 날을 기억하는 건, 담뱃불을 위해 라이터를 여러 차례 켜야 하기 때문이다. 칙, 칙, 지독스럽게 녹슨 부싯돌의 흔적이 엄지에 선명하게 남기 때문이다. 지친 사내들이 멈추어 서 낙인같은 그 자국들을 취하는 모습이 객쩍다. 우리는 기억에 대해 강력한 편집권을 행사하는 중이었다. 사건과 감정의 지층들이 치즈처럼 베이글에 녹아든다. 한 시절이 지나가는 것을 목도하는 것은, 한 시절이 지나갔음을 선언하는 것은 그처럼 미지근하고 진득거리는 일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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