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보이지 않지만 어둠 속에서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었다. 높은 오피스텔 건물의 마천루 조명이 강 위에 흐릿하게 반사되었다. 흔들리는 빛 속에서 강이 잠깐씩 흐르는 물결의 속살을 드러냈다. 반사된 빛이 반사하는 물의 흐름을 알려주듯 그녀에게서 부딪쳐 튕겨나간 존재들이 그녀 내부의 진상을 드러내주었는지도 모른다. (...) (92)
그녀는 술잔을 내려놓고 훌쩍 일어나 통유리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강이 있을 터였다. 강은 보이지 않았지만 강을 둘러싸고 흐르는 강변도로 차량의 불빛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 흐름을 보고 있자니 격했던 감정이 조용히 흐르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언젠가는 이 딱딱한 앙금도 순해지고 퇴색되고 부드럽게 발효하리라. 오래전 그도 이런 마음으로 불숙 일어나 베란다로 갔던 것인가. 단단한 불신과 의혹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채 하염없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유리 밖 어두운 공간을 바라보았던 것일까.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마치 언젠가 그녀 자신이 자신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던 것만 같은 달콤한 기시감이 강물처럼 그녀의 가슴에 밀려들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했던 말은, 제 존재 자체가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였다. (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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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르지도, 차오르지도 않으며 관계에 대해 쓰는 작가다. 섬찟하다.
돌아오자마자 연락바람. Sunkyu
답글삭제앙금도 순해지고 퇴색되고 부드럽게 발효하리라. 오래전 그도 이런 마음으로 불숙 일어나 베란다로 갔던 것인가. 단단한 불신과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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