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8월 25, 2009

고백하지 않건대,

지하철이 치덕치덕 달려 강을 넘을 때, 우연찮게도 지평선을 넘던 해를 본 적이 있다. 아니, 내가 본 것은 해의 불그죽죽한 잔영이었다. 물결인지 아지랑인지 햇살인지 가늠할 수 없던, 만지면 부서질 듯이 아스라한 느낌의 그 무엇-들. 무엇을 믿어야 할는지, 무엇을 믿을 수 있을지를 물끄러미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터널의 잿빛 어둠이 시선을 덮친다. 무섭게 치던 빗줄기가 잦아드는 때의 적막처럼, 시야가 고요해진다. 시간이 사라진다. 나는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다, 1호선 어딘가에서 내렸다. 아니, 6호선 어느 역사였던가. 시간의 언저리에 자리한 낯선 대학가를, 강을 끼고 도는 살풍경한 도심을 걸었다. 안으로 걸을수록 동심원의 밖으로 밀려난다. 손등으로 땀을 훔쳐내고서도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아니,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고 여겼다. 

무엇을 애정할까, 무엇을 아껴마지 않아야 할는지, 마음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문서와 글자가 무슨 소용을 갖는지 마뜩찮다. 정교한 계획도, 치밀한 준비도 아득한 수렁으로 굴러 떨어지기 안성맞춤인 게다. 좌표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데 있었고, 나는 그것을 유예함으로써 두려움을 감출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마주 앉은 이의 목소리들은 표정없는 글자로 애써 탈바꿈을 시도한다. 우걱우걱, 나는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씹는다. 그것은 신음하거나 비명하지도 않고 고분히, 그러나 원망하는 듯 입술을 비죽일 따름이다. 꿀꺽, 입가에 뜨뜻한 바람이 끼친다. 계절이 변하는 소리일지도 몰랐다. 대면한다 해서 달라질까. 적어도 손등의 축축한 소금기는 줄겠지, 하지만 그뿐일 게다. 시간을 놓친 열차표가 무용하듯, 타이밍을 놓친 대면 역시 변명이 되기 십상이다. 나는 눈빛이 흔들리지 않으려 애를 쓴다. 

취기에 관대해지는 밤이 있듯, 초라함과 치졸함과, 부박함을 천연덕스레 두기로 한다. 모범생의 안전에 대한 감각이 그리 쉽게 변할쏘냐, 하며. 서울은 언제나 공사 중이었고, 담뱃내는 찾을 빚이 있는 혼백처럼 뒤를 따라 붙었다. 나는 한 번도 천사를 만난 적이 없다. 버스가 집 앞 정거장에 닿을 때, 밤이 무섭도록 체중을 늘려가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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