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뜸 궁상각치우, 라는 단어가 떠올라 구글링을 해 본다. 글자를 입력하는 동안에도 궁상인지 궁산인지 헷갈려 손가락을 궁싯거렸다. 쓸 데 없는 어휘에 궁상을 떨고, 쓸 데 없는 것과 쓸 데 있는 것을 판단할 잣대를 가진 것에는 관대해진다. 한국어 사전 옆에서는 멈추지 않는 에너지라며, 초콜릿바 배너 광고가 어지러이 들썩인다. 공기같던 이미지들이 갑자기 생활 속으로 성큼 흙발을 들일 때, 나는 밤손님을 마주하듯 그 춤추는 도트들을 가만히 노려본다. 그날 밤, Y는 이미지들의 날선 매무새에 베어 어깨를 들썩였다. 텍스트가 무기력한 만큼이나 이미지들은 더욱 더 작두를 탔다.
요사이에는 종일 공기같던 무딘 글자들이 해가 지면 불쑥 도드라져 새카만 벌레처럼, 혹은 형체없는 괴수처럼 비명을 질러 댄다. 아, 그 비명은 소리가 없다. 그것들은 오히려 작은 폭발에 가깝다, 연신 검은 피를 쏘아대는. 어쩌면 그것들은 집으로 가는 650번 버스에서부터 연쇄적인 죽음을 준비하는지도 몰랐다. 지난 며칠간 집에서는 단 한 글자도 잡히지가 않는다. 아무리 써도 온통 하얗다. 귤물이 든 손으로 지문이라도 남기고 싶다. 지문이 남은 자리에서부터, 오렌지즙으로 쓰여진 글자에 초를 비추인 양으로 암갈색의 흔적을 좇고 싶어진다. 개학 전날 40편의 거짓 일상과 느낀 점 따위를 몰아 쓰고서, 다시는 펼쳐보지 않은 일기장이 떠오른다. 나의 방, 이었던 곳. 푸싯, 먼지가 내려앉듯 또 검은 피가 폭발해 기억을 덮는다. 검정은 쓰기가 아니라 지우기의 신호이다.
나도 궁상각치우 떠올랐는데! 텔레파시! 나는 누구?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