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3월 24, 2010

buzz-wor(l)d-s

묵은 글을 다시 마주한다. 자라는 손톱이 키보드에 엉긴다는, 혹은 손목 아래쪽을 얹은 키패드가 너무 뜨뜻하다는, 그런 류의 미적지근한 이유로 글에 허옇게 내려 앉은 먼지를 후후 불기까지 한참이 걸린다. 문장마다 스민 시간의 각질을 벗기어 내면 새 살이 돋을까 하다가도, 그 전에 내려 앉을 딱지가 두려워 팔짱을 풀지 않고 서성인다. 나무 계단을 바삐 딛다, 마주 오르는 사내들의 욕설 섞인 사투리를 들었을 때, 문득 앞으로부터 튕겨, 달음질쳐오던 과거의 어느 시점, 어떤 장소에 불현듯 놓이게 되는 것처럼. 빈 리어카에 쓰레기를 주워 담는 아이들 사이로 절뚝거리며 걸었던, 이미 변성기가 지난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바퀴를 쓸며 너는 참 귀가 작구나, 라고 말하던, 시계탑과 늑목과 오래 된 문구점들이 밀물이 되어 발목을 잠근다. 수상한 인력에 저항하며 꿋꿋이 걸으리라. 나는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향한다. 그것이 앞인지 뒤인지는 모른다. 나는 그저 약속을 지키려 한다. 휴대폰 일정에 표시된 글자들에 반역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시간이며 또한 시계탑이 되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책 무덤에 자란 파르레한 것들이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던 때부터 나는 기억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한다. 아니, 말하기로 한다. 쓰기로 한다. 식은 잔이라도 건네려고 한다. 아이 원 투 롸잇, 아이 원 투 비 롸잇, 롸잇, 댓츠 롸잇, 롸잇 나우, 롸잇 히어. 글자들이 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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