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3월 21, 2010

so to speak,

황산가봐요. 그 예민한 지각에 나는 새삼 그가 큰 눈을 하고 선선히 들려 준 어떤 시절이 한 숨 호흡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하늘이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누런 잿빛으로 드문드문 돋아 난 고층 아파트 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무단횡단을 한다. 무단횡단을 할 수록 아파트로부터 멀어진다. 그는 언젠가는 더 이상 무단횡단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네, 언젠가는. 나는 그 언젠가의 언젠가로부터 그의 걸음을 좇는 시늉을 한다. 현관과 방 사이의 거리가 작은 시내 같다고 생각하며, 바짓가랑을 걷어매고 훌쩍 뛰어, 극장으로 들어간다. 바닥에 푸르스름하게 자리잡은 습기를 탓하며 주인은 등을 끈다. 빛과 공기와 냄새와 소리에 민감한 시인을 오랜 시간 심문하는 내용이다. 윽박을 침묵이 대신하는 상에는 권유처럼 찻잔이 놓여 있다. 차는 빠르게 식는다. 해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은 오후다. 결국 동반한 우산의 무게가 소용없게 되는,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다. 담배를 태워야 할 타이밍은 언제고 멀리에 있다. 1호선 국철이 우악스럽게 쏟아내는 종종걸음의 늙은이들처럼. 마주 걸은 짧은 시간이 아주 오랜 것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다시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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