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6월 13, 2010

안녕, 연애시대.

적합함의 조건을 좇아 택시를 달려 왔음을 깨달았을 때, 두 번 우려낸 차에서 쓴 맛이 돌았다. 차가 식고 데워지는 몇 번의 순환은 곧 합리적이라고 믿었던 사고와 그에 종속된 감정이 돌고 돌아 만나고 뒤엉기는 시간이기도 했을 게다. 찻물의 색이 엷어지듯 감정이라고 믿었던 논리가 썰물처럼 빠져 나감으로써, 고맙다, 미안하다, 와 같은 인사치레의 말들이 삶에서의 사소한 진실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논리와 감정의 여러 겹의 연결고리들이 제 배를 까 보이고, 하나가 하나를 삼키는 장면을 목도하며, 그것들이 반드시 한 몸이 아닐 수 있음이 웅덩이의 낙숫물처럼 한 데 고여 나를 비추고 있었다. 휘적휘적 걸어 그 장면으로부터 멀어진다 한들 잔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다.

선풍기의 습한 바람이 살갗에 쪼이는 계절이 며칠새 불쑥 방에 고개를 들이민다. 고급스런 레이블을 자랑하는 주전부리들도 가혹하게 초라한 방을 찾았다. 붉은 실로 연결된 은호와 동진은 보란 듯 다른 연애를 시작하고 헤어짐을, 가는 실은 느슨해졌다가도 또 팽팽해지기를 반복했다. 저들의 삼십대가 연애시대랄 수 있다면, 내게 왠지 삼심대는 까마득하다기보다는 이미 아득한 과거의 미래, 미래의 과거인 것만 같다. 주전부리들은 각종의 부패가 동결된 냉동실에 삼십대인 양 자릴 잡는다. 나는 그것들과 더불어 적합함에 대한 믿음과 동지에 대한 선망을 얼린다. 타임캡슐과는 달리 그 곳에 들어가는 것들은 회고가 아닌 폐기가 그 종착역이 될 것임을 알았다.

피죤으로 과하게 헹구어 낸 빨랫감들은 유독하기 그지 없는 수면가스의 출처였으므로, 나는 꺄무룩 잠이 든다. 꿈에서도 더운 땀이 이맛자락에 배어나는 계절의 방이다. 잠에서 깨기 전, 시꺼먼 손이 단팥빵을 실은 리어카가 지나간 자리의 자욱한 흙먼지를 걷어내고 싱싱한 봉지의 빵을 건네며 땀을 훔쳐 준다. 그것은 낯선 이의 먼지같은 탄생에 대한 축복이고, 단팥같은 조잡하고 솔직한 맛의 감각의 건넴이었을 게다. 설핏 그 가운데서 나는 어머니에게 쓸 편지에 대해, 그리고 사야 할 감기약 한 봉에 대해 떠올린다. 수줍고 어색하게 말을 섞기 시작한 이들 새로 빵집의 주방에서는 더운 김과 함께 비현실적일 정도로 또렷한 라디오 디제이의 음성이 새어 나온다. 가난하지 않을 수 있던 내 스물 다섯의 날들, 너로 인해 빛나던 날들. 라디오는 고장이 나지 않기로 한다. 당분간은 연애시대를 보지 않기로 한다.

댓글 1개:

  1. 었을 게다. 설핏 그 가운데서 나는 어머니에게 쓸 편지에 대해, 그리고 사야 할 감기약 한 봉에 대해 떠올린다. 수줍고 어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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